며칠 전부터 캠퍼스 곳곳에 ‘구.운동처방학과의 일방적인 폐과 이대로 둘 순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대자보에는 건강증진학과로 학과 명칭이 바뀐 옛 운동처방학과 학생들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들은 2009년 학과소속 한 교수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이행사항이라며 일방적으로 ‘운동처방학과’에서 ‘건강증진학과’로 학과명과 계열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또 명칭 변경 이외에도 교과목이 운동처방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교과목에서 보건교육사 관련 교과목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면서 무려 43%(37학점)의 교과목 내용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교육사 교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되어 학습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은 또 교육부에 민원을 넣은 결과 교수의 주장과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보건의료 관련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는 재활, 치료, 처방과 같은 학과명을 사용할 경우 교육수요자들이 혼동될 수 있으므로 학과 신설 시 이러한 학과명의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신설예정학과가 아니라 이미 설치되어 운영 중이던 당시 운동처방학과는 굳이 폐과하지 않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학생, ‘과연 누구를 위한 학과 변경인가?’
본지는 학생들의 주장을 보다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건강증진학과(옛 운동처방학과) 학생회 사무실을 찾았다. 학생들에 따르면 입학당시 ‘전국에서 몇 개 안되는 운동처방학과’라는 입시홍보만을 믿고 국내 최고의 운동처방사가 되기 위해 이곳으로 입학하였지만 채 한 달도 안 되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폐과처리가 되어 지금은 원하지 않았던 건강증진학과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대학 생활이 ‘안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학습권조차 보장되지 않아 입학 순간부터 지금까지 안녕하지 못한 상황을 학생들께 알리고자 했다며 대자보를 내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학과 명칭 변경 과정에서 ‘운동처방학과’라는 명칭은 법적으로 쓸 수 없다는 일부 교수의 주장만으로 교육주체인 학생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된 만큼 앞으로 학과의 일방적인 폐지 반대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학과 교수에게 항의했지만 과목 변경은 교수가 알아서 하는 일이며, 학생의 의견은 관계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에도 2011, 2012년도에 다시 계열 변경을 요구하는 설문조사를 시도했지만 교수들은 수락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신입생이었다가 병역을 마치고 최근 복학한 학생들은 ‘운동처방학과’의 커리큘럼을 보고 진학했지만 지금의 커리큘럼은 보건교육사만을 위한 것이라며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대자보를 접한 학생들도 현 건강증진학과 학생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길을 가다 대자보를 읽게 됐다는 김유미(신문방송·12) 학생은 “대자보 내용대로라면 학생들의 의사와 학습권을 무시한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학교와 교수는 하루빨리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그 과정에서 오해와 거짓이 있지는 않았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기자는 학과 교수의 의견을 듣기위해 건강증진학과의 한 교수를 찾았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08년의 교과부와 2014년도의 교육부는 다르다. 당시 교육 당국은 학과 ‘신설’ 뿐만 아니라 ‘운영’되고 있는 학과에 있어서도 명칭 문제는 ‘자제’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금지사항’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교육 당국도 상황에 따라 설명이 오락가락 한다”는 것으로 혼선을 빚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며 불만을 토로하는 데 대해서도 “학생들이 과거에 없어진 과목을 부활해달라는데, 요청과목은 이미 2008년에 없어진 것도 많다. 4년도 더 전에 폐지된 과목을 그 당시 1학년인 학생이 수업을 개설해달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는 대학본부의 권한이며, 어느 대학이든 학생들의 일방적인 요구사항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자보를 쓴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이것이 학생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폐지된 과목을 다시 부활해 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권리인가, 스스로 이런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하고 반문했다. 또 “모여서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사실에 근거하여 상식 수준에서 요구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이제 곧 졸업할 학생들인데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지금 요구는 권리라고 할 수 없다, 희망사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현재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당국은 ‘당시의 학과 명칭 변경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으며 학과의 요구대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본부 측 관계자는 “당시 학생들 다수가 동의했지만 소수의 반대 입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수와 학생의 입장이 다르다는 건 학과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만큼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학사 쪽이나 교육과정을 맞춰주고, 강의를 개설해주는 등의 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해주더라도 또 새로운 걸 요구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학과 명칭 변경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으므로 강제성이 없으나, 다만 학과선택에 있어서 각종 자격취득이나 응시자격 미달임에도 명칭 때문에 혼선을 빚는 경우가 있어 책임 소재가 발생할 수가 있어 제한은 하지만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미성 기자 윤명은 수습기자  al3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