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학교 행사에 관심조차 없었던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로 많은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서 주관한 해외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봉사단 합격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우리나라에도 못 사는 분들이 많은데 국내봉사를 안 가고 왜 굳이 해외 봉사를 하느냐”며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우리나라는 4~50년 전만 해도 외국의 원조를 받을 정도로 정말 못 살았던 나라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라.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2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 ‘먹고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외국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이번 동계 해외봉사단(팀명 ’DUing’)의 파견인원은 학생 24명?단장 1명?실무자 1명으로 총 26명으로 구성되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11일까지 라오스의 빠까딩 지역 농촌마을로 파견되었으며, 교육봉사(한국어, 전통놀이, 예절, 태권도, k-pop, 음악, 미술, 공예, 과학)와 노력봉사(빡방초등학교 건물 재건축), 문화교류(k-pop 공연, 운동회, 태권도시범)가 주된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19개 조로 나뉘어 기획 및 구성을 하고 평일마다 매일 피땀 흘려가며 연습을 했다. 다들 하려는 의지도 충만하고 의견도 다양하다 보니 기획 및 구성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준비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영덕 수련원에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말자, 라오스 가서 더 열심히 하자”고 굳게 다짐했다.

빡빵초등학교, 환영받은 첫 만남
준비를 마친 봉사단은 드디어 12월 31일,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인들과 봉사NGO단체인 아시안브리지 관계자분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시설이 좋았지만, 식사가 문제였다. 아침은 현지 식당에서 해결하고 점심은 3분 요리, 저녁은 저녁식사조가 요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사람들뿐이라 다들 ok~ 다행히 함께 한 팀원 중, 자취경력과 코이카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chef 서종정님이 계셔서 매일 음식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자취생인데 자취할 때보다 더 잘 먹었던 것 같다.
1월 1일, 처음으로 외국에서 새해를 맞았다. 매일 아침 8시에 집합하여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빠까딩 마을로 이동하였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에 배를 하루에 2번이나 탔다. 마을 안에 있는 빡빵초등학교로 향하면서 마을 주민분들과 인사도 하고 마을을 구경하기도 했다.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을 때는 매우 고마웠고 또 귀여웠다. 간단하게 환영회를 치르고 교육봉사와 노력봉사로 나뉘어 하루를 보냈다.

웃음으로 채워진 9일간의 교육?노력 봉사
교육봉사는 학생들이 무척 재미있어하고 잘 따라줘서 가르치는 우리도 재미있었다. 특히 K-pop을 가르치려는데 학생들이 우리나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었던 것에 놀랐다. 학생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수업은 무난하게 흘러갔고 학생들이 머나먼 나라 한국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빡빵초등학교의 건물을 재건축하는 노력봉사 또한 땡볕에서 일하는데 짜증내는 사람도 없었고 다 같이 웃으면서 해서 그런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웃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남녀노소 다 같이 열심히 작업한 ‘DUing’ 팀원들이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노력봉사를 하면서 다친 사람도 제법 있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었는데, 나 또한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던 중 족구 네트를 못 보고 신나게 달려가다가 네트에 얼굴이 걸려서 넘어졌었다. 아팠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창피해서 잽싸게 도망갔었다. 다들 나를 걱정하면서도 많이들 웃었다. 크게는 안 다쳤으니 다행이었고, 다들 즐거워했기에 아픈 것도 잊었다.
봉사 기간 중 현지 가정을 방문하여 현지식 밥을 먹기도 했는데, 맨손으로 밥을 먹었다. 솔직히 음식 맛은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았지만, 통역사분이 “맛이 없어도 웃으면서 먹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

라오스 문화 탐방, 값진 시간의 마무리
그렇게 빠까딩 마을에서 일정을 다 보낸 뒤엔 라오스 문화 탐방이 이어졌다. 문화 탐방을 하면서 한국 분들도 많이 만났다. 그분들은 ‘라오스는 살기 좋은 나라, 때 묻지 않은 나라’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라오스에서 10박 12일을 머물렀을 뿐인데도 공감이 갔다. 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60살이 되어서도 다 같이 한번 여기 오면 새롭지 않을까? 다 같이 꼭 한번 와보자고….”
이번 동계 해외봉사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모든 이에게 그러하듯이 ‘새로움’은 항상 설렘과 기대를 동반한다. 짧지만 뜻 깊었던 10박 12일간의 일정은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했던 우리 ‘DUing’에게는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는 값진 것들을 안겨준 좋은 시간이었다. 짧은 일정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것들을 겪었고 또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해외봉사도 좋고, 배낭여행도 좋으니 이런 경험을 한번쯤은 추천하고 싶다.
이번 해외봉사를 함께했던 ‘DUing’팀과는 봉사가 끝나고도 너무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DUing’팀은 정말 나에게 제2의 가족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콩나물처럼
나는 나를 이렇게 표현한다.
‘어두운 곳에선 잘 자라는 콩나물, 하지만 밝은 곳에서는 못 자라는 콩나물.’
그동안 나는 어두운 곳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았다. 이제는 밝은 곳에서 못 자라는 콩나물처럼 되기 싫어 앞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한 학생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 젊다. 포기하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해보라.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 기회를 준 대구대학교와 류혜경 DU문화원장님, 김병래 선생님, 박병득 국장님, DUing 팀원들, 그리고 해외봉사 떠나는 나를 항상 옆에서 응원해준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이유정 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승래(토목공학.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