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고등 생물이 된 인간.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논한다면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의식을 넘어선 ‘이성’적인 두뇌를 가진 것이 아닐까 한다.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며 뛰어난 두뇌를 가지게 된 인간은 타 동물들과는 다른 삶과 생각을 가진 채 발전을 했다. 본능을 넘어서 이성으로 생각하며 사고할 수 있게 된 인간은, 고차원적인 생존방식을 가지며 고등생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자리 잡게 된 인간은 아래 서열의 동물들을 사냥하며 음식으로 삼기도, 가죽으로 만들어 옷을 지어 입기도 했다. 사냥이 주가 되어 생활했던 인간은 사냥을 하면서 가까운 동물로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냥 파트너 그리고 식용의 목적으로.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먹이가 풍족해지고, 인간은 이제 식용의 목적으로 보던 개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더는 식용이 아닌 ‘가족’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나 집에서 기르도록 개량된 미니 토끼, 미니 돼지까지 또한 인간의 사고도 한층 발전해, 동물들을 대할 때 ‘윤리’라는 것을 적용시켜 대하게 되었으며 ‘동물보호법’이란 것을 제정했다. 이처럼 윤리적인 측면에서 함부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해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SNS를 보면 동물학대사례가 많이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케 한다. 알코올 해독능력이 없는 개에게 소주를 마시게 하거나 아무 잘못이 없는 길고양이를 발로 차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영상이나 사진들이 적잖게 올라온다. 영상 속의 사람은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눈앞의 작고 여린 생명을 짓밟는다. 이 모습을 본다면 윤리적인 모습을 간과하고 있는 현대사회 사람들의 상(象)이 아닐런지. 이런 안타까운 모습들은 쉽게 인터넷으로 접할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외국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동물들의 권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SNS에 올라오는 동영상은 잔인한 사례가 많이 올라온다. 강아지를 성행위 묘사에 이용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폭행을 하거나,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알코올 해독능력이 없는 동물에게 술을 마시게 한다든지 아무 죄 없는 동물을 죽이는 등 사람으로 태어나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올 초 1월 인터넷에 끔찍한 동물학대영상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인이 평소와 달리 개들이 자신을 보고도 반기지 않고, 이상한 반응을 보여 살펴보니 한 마리는 눈이 퉁퉁 부어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다른 한 마리는 꼬리가 축 처진데다 피투성이 상태여서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주인은 즉시 설치된 CCTV 영상을 돌려보고 괴한들의 끔찍했던 폭행 장면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10대로 보이는 두 명이 새벽에 개집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개를 수없이 걷어차고 금속 쓰레받기로 계속 내리치는 폭행 장면이 약 5~6분가량 여과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거된 범인은 인근에 사는 16살 A군과 18살 B군으로 정신장애를 앓는 특수학교 학생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학생은 개만 보면 때리고 싶다고 답변했다. 범인들이 정신질환이 있는 10대들이란 사실에 주인은 할 말이 없었고, 폭행당하는 개들의 CCTV 영상을 보고 참기 힘들었지만 가해자가 아픈 아이들이라서 혼을 낼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속이 쓰리다는 주인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학대당한 강아지는 아파서 잠도 이루지 못할 것이며, 당연히 말도 하지 못한 채 아픔을 참고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맞아야만 했던 모습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이외에도 한 고등학생 C군은 자신의 SNS에 “도둑고양이가 피해를 줘서 고양이 잡기 캠페인도 한다.”며, ‘고양이 잡은 날’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포획한 고양이를 개에게 줘 물어뜯게 하거나 발로 걷어차 척추가 부러진 듯 보이는 고양이를 다리 밑으로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들로 인해 동물 학대는 갈수록 수법이 잔인해지는 반면 법적 처벌은 수위만 높여놨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매우 적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말 한마디 못하는 동물이 사람들의 장난에 학대를 당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과연 ‘동물들의 권리는 존재하는지’ 되묻고 싶다.

있으나마나한 ‘동물보호법’
동물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사람처럼 말로는 못하지만 엄연히 생명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다. 이에 사람들은 동물들을 학대하는 행위가 현대인들에게 있어 윤리에 어긋난다고 보고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1991년 5월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이후 지금까지 총 16차례 개정됐다.
최근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SNS에서 논란을 빚은 동물학대 동영상이나 인민동물원의 열악한 환경 등은 모두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그들은 동물들이 누려야 될 최소한의 생명의 권리까지도 침범한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당수 국민들은 이런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에 보고된 ‘2012년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58.6%로 2010년 조사에 비해 3.9% 증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다행히 인지도가 상승 중이긴 하나, 여전히 60% 미만의 높지 않은 수준이므로 홍보 강화 등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해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동물학대시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만약 학대를 받는 동물이 있어 보호하고자 하더라도 반드시 주인의 허락이 필요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동물학대를 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는 되어있으나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수십만 원 정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물의 생명 역시 돈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더욱 가볍게 여기게 된 것은 아닐까.
아직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허술한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물보호 정책 추진 필요성에 대해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관련법을 강화하여 재정비하고 초등교육기관에서도 어릴 때부터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우리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풍조를 극복하고 선진윤리의식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람도 살기 힘든 시대이지만 동물에게도 가혹한 시대다. 도로 위에는 차에 치어 죽음을 당한 동물들이 있고, 공장식 축산의 비인도적 환경 속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들도 있다. 또 굶주림과 추위 속에 평균 3년도 살지 못하는 길고양이들이 있고,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이 있다. 최근에는 동물원에서 학대받는 동물들까지 이러한 사례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인간이 받는 고통에 공감한다면 동물이 받는 고통에도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동물을 단지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바라볼 때다. 한국은 여전히 동물을 하나의 물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동물에 대한 학대가 범죄로 규정돼 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말 잔인한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인권운동이 생명권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는 동물을 헌법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등 이미 외국에서는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에 걸맞게 동물들의 실질적 복지를 보장하는 법률도 잘 정비되어 있다. 최근의 동물학대 논란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동물복지와 관련된 논의가 보다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권미성 김초롱 기자  al3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