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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시가 채 되기도 전인 1시 59분부터 그 뜨거웠던 열망은 차게 식고야 말았다. 예매에 앞서 ‘새로 고침’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온통 하얀 화면 뿐. 단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한 탓에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된 듯했다. 절로 ‘아’하는 탄식이 한숨처럼 나왔지만, 기자는 포기하지 않고 연신 예매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른 후 화면에 뜬 좌석예매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예매가 완료되었음을 뜻하는 온통 하얀 좌석 뿐 이었다. 어디에도 기자를 위한 녹색이나 하늘색, 분홍색 좌석은 보이지 않았다.
곧 ‘30분 만에 3만석 전석 매진’이라는 기사가 줄줄이 올라왔다. 그렇다. VIP 좌석은 무슨, 좌석 한 자리조차 12년 만의 콘서트 예매에서는 사치였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god 콘서트 예매’였을 때부터 예감했어야 했다. 지난 8일 정오 선공개한 음원 ‘미운오리새끼’가 연일 인기차트 1위를 기록했을 때부터 현실을 직시했어야 했다. 기자는 최고속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PC방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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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는 활동 당시 각종 음악프로그램의 1위를 휩쓸었던 것은 물론, 가요대상까지 정복하며 명실상부 ‘국민 그룹’의 명성을 다졌다. 아이돌 그룹 역사상 최다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으며, EXO가 등장하기 전까지 21세기 마지막 밀리언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god로서는 9년 만, 탈퇴했던 윤계상을 포함한 완전체로서는 12년 만의 앨범이기에 그들의 컴백 소식은 가요계는 물론,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의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1세대 아이돌이다. EXO, 동방신기 등 그 뒤를 잇는 다수의 아이돌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즘, 한동안 뜸했던 이들의 컴백이 이토록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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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만의 음악에 대한 그리움
god는 ‘거짓말’, ‘길’, ‘애수’, ‘촛불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바 있다. 그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명곡’이라는 끊임없는 대중들의 호평을 받는다. 그리고 7월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8일 선공개한 신곡 ‘미운오리새끼’ 또한 공개 직후 10개 음원 사이트의 1위를 기록하는 등 막강한 저력을 보였다.
신곡 공개 후 누리꾼들은 “god만의 느낌이 그대로다. 누가 들어도 god노래다.”며 그들을 반겼다. ‘god표 발라드’라고 불릴 정도로 그들 특유의 감성, god만의 개성을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나직한 랩,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공감 가는 가사, 따라할 수 없는 그들만의 분위기까지…. 무작정 요즘의 트렌드를 따라간 음악이 아니기에 그들의 음악은 더욱 환영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요즘의 화려한 일렉트로닉 음악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조금 지쳐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의 컴백이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로 다가온 것만은 분명하다.
- 그 시대를 보낸 이들의 향수
앞서 언급한 ‘god만의 느낌’은 단순히 음악적 특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3세대 아이돌이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추억 속에 잠길 뻔했던 1세대 아이돌의 컴백은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god의 신곡 ‘미운오리새끼’를 즐겨 듣는 연령층을 보면, 스마트폰 주 청취층인 20대가 58%를 차지했으며, god를 추억하는 30-50대 이용자가 32%로 그 뒤를 이었다. 6% 대에 그친 10대 이용자에 비해 20대와 30~50대 계층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그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했던 이들의 반가움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덧붙여 우리의 향수는 단순히 'god' 그들만을 향한 것은 아닌 듯하다. god의 음악 뿐 아니라 그 음악을 들었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 모습’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 노래를 들으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했던 순간들, 나눴던 이야기들, 거닐었던 거리, 돌아가고 싶은 그때 그 시절까지……. 우리는 god라는 가수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god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우리 모습까지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 ‘보는 음악’에 편중된 시장, 복고 열풍
지난 2012년에는, god와 같은 1세대 아이돌인 ‘신화’가 재활동의 문을 앞장 서 연 바 있다. 그리고 god까지 활동을 시작하면서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HOT, 신화, 핑클, SES와 같은 가수들이 재조명되어 그리움을 더했다. 2009년 이후 음반을 내지 않았던 플라이투더스카이 또한 최근 앨범을 내고 음원 차트 1위를 기염하고 있다.
‘핫젝갓알지’ 또한 최근 음악 및 예능 방송에서 활약했다. ‘핫젝갓알지’는 ‘핫(HOT)', '젝(젝스키스), '갓(god)’, ‘알지(NRG)'의 합성어다. 전국 소녀팬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던 대표적인 1세대 아이돌 HOT‧젝스키스‧god‧NRG의 멤버들이 ‘핫젝갓알지’라는 이름으로 예능에서 다시 뭉친 것이다.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은 god와 같은 원조 아이돌 뿐 아니라, 과거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 노래에도 그 효과가 나타난다. 가요계의 전설로 남은 옛 노래들을 후배 가수들이 편곡해 부르는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 대표적이다. 그 원곡과 리메이크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끄는 것에서 옛 노래에 대한 여전한 대중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6일 발매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또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연일 인기 순위 1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음악의 가치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데 있다.”며 “가요계 복고 열풍은 그동안 편향됐던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복고 열풍은 아이돌 중심의 ‘보는 음악’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찾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열풍은, 그 동안 명곡이나 가창력보다도 외면적인 면과 퍼포먼스를 뽐내는 것에 더 치중했던 가요계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가요계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또 이런 복고 열풍은, 음악 시장 뿐 아니라 광고 등 경제적 측면으로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10대였던 ‘소녀팬’들이 문화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3, 40대로 성장하면서 god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또한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에 더해 가요계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진 ‘응답하라’ 시리즈 또한 90년대 복고 열풍을 몰고 온 바 있다.
과거는 현재의 본보기, 다시 힘을 내어 나아가길
이처럼 god를 비롯한 1세대 아이돌의 컴백은 단순히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가요계를 군림했던 대 선배 가수의 활동은, 현재 활약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힘이 된다. 이에 한 연예관계자는 “지금 준비하는 연습생이나 신인들도, 아니면 지금 나오는 아이돌 그룹도 god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10년, 20년 뒤에도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흔히 과거는 후회와 집착을 낳는다는 점에서 머물러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와 미래 또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꾸려간다는 점에서, 과거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현재를 즐겁게 살아가며 과거를 가볍게 추억할 줄도 아는 것이 진정 아름답지 않은가.
과거를 추억하며 행복해지기도 하는 복고 열풍 속에서, 잠깐 스스로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잠시 추억의 음악도 들으며 고달플 수 있는 현재를 위로받고, 다시 힘을 내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우리도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고 앞길을 밝게 비춰줄 수 있는 비호인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화려한 음색과 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이 시대의 음악들이 미래에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킬지도 기대된다.
유희원 기자 dbgmldnjs-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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