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과 병동을 배경으로 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인기리에 종영됐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정신과 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극 중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특히 남자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은 환경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강박증’이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증상이다. 장재열은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화장실에서만 수면을 취하고, 색깔별로 물건을 정리하는 강박적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들이 특별하고 이상해 보이지만 사실 강박 증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씻는 행동, 계속 주변을 정돈하고 아주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결벽증이나 완벽증도 강박적 행동에 속하는 증상들이다. 이 외에 양말을 꼭 신어야 외출을 하는 사람,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설거지를 모두 끝내야 하는 사람, 수건을 반듯하게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강박증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강박증은 정신질환 중에 하나이지만, 현실과 비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정신병’은 아니며 불안 장애의 하나로 흔히 ‘노이로제’라고 하는 신경증에 속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달리 신경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경우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강박적 증세. 우리대학 학생들은 어떤 강박 증세들을 가지고 있을까? 강박증을 향한 학생들의 솔직한 시선도 알아보자.

대구대 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강박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3명의 학생이 강박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종류도 다양했는데, 청소와 정리정돈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무언가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강박 증세가 3명이었다. 이 외에 외출 시에 필요가 없더라도 가방을 꼭 메야 하는 학생, 음료수나 화장품 등 모든 뚜껑을 닫아야 하는 학생, 화장실에서 맨발로 절대 서지 않는 학생, 계단 숫자를 꼭 세는 학생 등이 응답해 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고, 이에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우리대학 심리학과에서 강의하는 곽호순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곽 교수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는데, 어쩌면 강박증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강박 관념인지, 습관인지 판단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그저 독특한 습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데 사실 강박 증세는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박증이라는 진단을 받는 건 흔하지 않지만, 사소한 강박 증세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인다.”며 강박증과 강박 증세, 그리고 습관의 차이를 설명했다. “강박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려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판단한다. 주로 강박사고를 잊어버리기 위한 방어로 강박행동이 나타난다. 또한 심한 정도의 강박사고와 행동이 이루어져야 강박증이 된다. 이 외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는 정도의 강박 증세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또한 이는 그저 독특한 습관일 수도 있다.”

강박 증세를 겪고 있다고 답한 13명의 학생 중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대답은 2명뿐이었다. 그 중 외출 시 가방을 꼭 메야 한다는 학생과 이야기해 보았다. “고등학생 때는 몰랐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언제나 가방을 들고 다닌다. 넣을 물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방을 들고 나가서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내가 패션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점점 강박처럼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괜히 불안하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치려는 노력은 해보았냐는 질문에 “아직 고치려고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증세가 계속 되서 일상생활이 더 불편해진다면 고칠 의향은 있다.”라며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2명의 학생 외에는 대부분 오히려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청소를 자주 하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계속 확인하는 습관 덕분에 놓치거나 까먹는 일이 잘 없다.”, “뚜껑을 바로 닫아버리기 때문에 더 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의외의 결과였다. 이와 관련하여 곽 교수에게 강박 증세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답을 구했다.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고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나는 강박 증세도 꽤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의 경우, 경기 전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좋은 습관이 있듯이, 건강한 강박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긍정적인 영향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주변을 모두 위협할 만큼 심각하지 않은 강박 증세라면, 치료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가지지 않고 있는 학생들 모두 강박증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했다. 주로 “어느 정도의 강박 증세는 있어도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하지만 심각해진다면 치료를 받아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 밖에 “나한테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곤한 증상이다.” 라는 의견 등이 있었다. 곽 교수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역할 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박증이 되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적당한 강박 증세는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하고, 큰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고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서도 크게 지적할 필요는 없다.”며 사소한 강박 증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느 정도의 강박적인 생각과 행동은 누구에게나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겉보기에는 성공한 사람,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도 남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 아픔은 강박증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강박증 자체가 아픔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통해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인해 다양한 강박증을 가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불안장애의 범주에 있는 강박증. 불안이란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요소이지만 그 순간이 내게 닥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남들과 다른 습관이나 버릇을 가지고 그런 행동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하듯이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그저 때론 몸살이 나는 것과 같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감추어야 할 고통이 아니며, 그러한 마음의 병을 보는 색안경을 끼지 않는 이들이 점차 생겨나길 바란다. 지금 우리에겐 나의 말에 귀 기울이며 생활 속에서 받을 수 있는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또는 당장 곁에 있는 사람에게 “괜찮아.”라고 이야기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극 중 조인성의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정말 괜찮으냐.’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한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오늘만이라도 나에게 “괜찮아.”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김다운 손지현 기자  skkdw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