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 (법학부 교수)

사랑·빛·자유의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우리대학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우리대학의 60년 역사에는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환호하던 기쁨의 시대와 서로가 미워하고 싸우며 고통을 주던 슬픔의 시대가 깊이 새겨져 있다. 60주년의 기념은 눈에 보이는 행사보다 지나온 성공과 실패의 시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대를 전망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대학의 뿌리는 소외계층에게 숭고한 사랑을 펼치던 대구맹아학원(1946)과 그 후 설립된 한국이공학원(1956)의 통합이다. 이 두 기관이 통합되어 한국사회사업대학이 되고 한사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거쳐 현재의 대구대학교가 되었다. 규모의 팽창과 대학 수준의 비약적 발전으로 지역을 놀라게 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대구대학교의 교명확보와 경산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대폭적으로 늘어난 학생 수와 전국에서 초빙된 우수한 교수들은 우리 대학이 지역의 명문사학으로 자리 잡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의 발전과정에서 우리대학은 많은 도전과 시련 또한 겪어왔다. 어렵게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되었다가 그 해에 바로 2년제 초급대학으로 격하되기도 하였다. 대학의 팽창과정에서 교명의 빈번한 변경 그리고 전문대학과의 통합과정에서 혼란도 있었다. 대학의 민주화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에 반목과 갈등이라는 커다란 아픔도 있었다.
혼란과 아픔은 우리에게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아직도 상잔(相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상처를 곱씹거나 소아주의적 주인의식에 기인한 배타주의의 안타까운 모습이 남아 있다. 대학 내의 문제가 그 나마 지성인이라는 대학 구성원의 자율로 해결되지 못하고 사법기관에 부탁되기도 한다. 심지어 대학에 도움이 되고 대학이 잘되는 일이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측이나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일이 되지 않도록 훼방하고 투서질을 하는 시정잡배 수준의 사람들이 대학구성원에 포함되어 있었거나 현재에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황망한 일이다.
그래도 이제 과거의 육중한 무게를 강물과 함께 흘려보내야 할 때다. 환희와 분노 그리고 아픔으로 점철된 60년 역사의 모든 장면에서 당시 구성원들은 각각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때론 그것이 매우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고집이기도 했고 근시안적이며 감정적인 대응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학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 시대, 그 사람들의 행위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우리대학의 역사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 왜 대구대학교의 푸른 깃발이 하늘에 힘차게 펄럭이는지 이유를 묻지 말고 그 진취적인 기상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산은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낮은 곳에서 시작한 산봉우리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산맥을 이룬다. 어떠한 경우에도 산은 봉우리 하나로 높이 설수 없다. 서로 어깨를 견주며 함께할 때 지극히 높이 솟아 하늘에 닿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우리들이 쌓아 온 벽을 허물고 어깨를 함께하는 일이다. 반목과 갈등의 고립된 성으로부터 걸어 나와 새로운 대상과의 만남을 모색하여야 한다. 향후 60년 대구대학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 모색하는 담론의 향연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