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률 총장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교수님, 친애하는 직원선생님!
대구대학교가 ‘개교 60년’을 맞았습니다. 자랑스러운 60년이었습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앞장서 개척해 온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시련을 넘은 성취의 역사였습니다.
그 역사는 이영식목사님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영식목사님께서는 영광학원과 대구대학교를 설립한 것 외에, 독립운동으로도, 해외 희생동포 추념사업으로도 한국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선각자셨습니다. 이영식목사님을 이어 이태영 초대총장님께서도 역시 큰 선구자셨습니다. 대구대학교를 종합대학으로 출범시키셨고 이곳 진량벌에 전국 최대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하셨습니다. 대구대학교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복지⋅특수교육을 이끄셨습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명문사학의 기초를 닦으셨습니다.

이영식목사님과 이태영 총장님이 가진 많은 자산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빛⋅자유’의 건학정신이었습니다. ‘사랑⋅빛⋅자유’. ‘만인복지’. 당시 정부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시대를 뛰어넘은 고귀한 정신이요 철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도전과 성취의 대구대학교 60년 역사’를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여러 총장님들께서 학교를 키워 오셨습니다. 조기섭 첫 직선총장님, 박윤흔총장님, 윤덕홍총장님, 이재규총장님, 그리고 이용두총장님까지, 선배 총장님들 모두가 시대 시대의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대구대학교를 전진시켜 오셨습니다. 물론 교수님들과 직원 선생님들, 학생들이 정성과 마음과 역량을 모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때로 갈등도 있었고 아픈 분규의 역사도 있었지만 대구대학교는, 우리는 슬기롭게 헤쳐 왔습니다. 오늘의 이 자랑스러운 대구대학교를 세워 오신 선배 교수님들, 선배 직원선생님들, 그리고 선배 총장님들과 12만 동문들께 고개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이태영총장님께서 쓰러지신 뒤, 1994년 2월부터 22년 넘게 우리 대학을 이끌어 온 임시이사회 체제의 이사님들도 고비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주셨습니다. 이상희 전이사장님과 조해녕 전이사장님, 권혁재 직전 이사장님, 그리고 오늘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해 주신 한부환이사장님을 비롯한 역대 이사님들께서는 영광학원의 안정을, 그리고 대구대학교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학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담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해서 오늘날 대구대학교는, 대구경북권 1등은 물론, 전국 1등, 전국 최초, 전국 최고, 전국 유일의 성과들을 수없이 기록해 왔습니다. 전국 대학 유일의 점자도서관 개관(1981), 전국 최초 장애학생지원센터 개소(2001), 장애학생 교육복지실태조사 5회 연속 최우수대학 선정(2003∼2015), 전국 대학 유일의 단과대학인 재활과학대학 설치(1987), 사범대학 평가 전국 최우수 획득(2010), 전국에서 두 대학만 선정한 ‘재활산업기술 전문인력 양성사업’ 획득(2015) 등, 특수교육⋅재활 분야뿐만이 아닙니다. ‘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원금 전국 최다금액 획득(2013), ‘LINC 사업’ 지원금 전국 최다 금액 획득(2013), ‘대학기금 운용 평가’ 우수대학 선정(전국 3위, 교육부장관상 수상, 2014),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영남권 유일 대학으로 4년 연속 선정(2012∼2016), ‘청소년 교육기부’ 우수대학 선정 및 전국 최고 규모 지원금 획득(2016) 등, 다양한 분야들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어제(5.2)는 명문대학의 상징처럼 알려지고 있는 교육부의 2016년 ‘K-MOOC 사업’ 지원대학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각종 대학평가 지표에는 없어서 객관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저는 전국 최고 수준의 ‘열린 대학’, ‘학생중심 대학’이라고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2년 전 9월, 학생들이 나서서 저의 11대 총장 취임식을 ‘학생행복 선언식’의 형식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을 본 인사들 대부분이 대구대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성과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자긍심을 갖고 축하 인사를 나누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교 60년’을 기념과 자축의 의미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기에는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도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사립대학들 가운데 생존의 위기를 느끼지 않는 대학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올해가 ‘번영의 새 60년’을 힘차게 시작하는 해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번영의 새 60년’을 무엇으로,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답은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다름 아닌 ‘대학패러다임의 전면적 혁신’입니다. 
저는 ‘번영의 새 60년’을 ‘대학패러다임의 전면적 혁신’으로 시작하겠다는 선언을 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수명을 다한 ‘낡은 대학패러다임’을 버리고, ‘미래지향 대학패러다임’으로의 전면 재편을 시작하자는 말씀을 드리고자, 오늘을 준비해 왔습니다.
‘대학패러다임의 전면적 혁신’. 저는 특히 다음의 두 과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교육패러다임의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패러다임의 혁신’입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교육패러다임의 혁신’은 세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교육 내용, 즉 교과과정을 혁신하는 것이고, 둘째는 교육방법을 혁신하는 것이며, 셋째는 교육대상의 전환을 적극 모색하는 것입니다.
‘교과과정 혁신’의 핵심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덕목과 지식과 기술과 재능을 정확하게 예측해 그것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자들에게 낡은 지식을 가르쳐 오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10년 뒤면 사라질 직업을 준비시키겠다고 애쓰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과거를 살아온 내가 배워서 아는 것을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알파고가 등장한 시대의 교육과정은 그 이전의 교육과정과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교육자가 지녀야 하는 자세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기초교양교육을 질적으로 보강할 것입니다. ‘LAC(Liberal Arts College)’나 ‘대학 내 대학’과 같은 제도들도 적극 모색할 것입니다. 각 학과에도 전공 교과과정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전면적인 혁신’을 주문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산학협력 친화형 교육혁신’을 ‘창의형의 융복합 교육혁신’으로 한단계 끌어올릴 것입니다. ‘비교과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형 인재의 자질과 역량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들을 더욱 강화해 갈 것입니다.
교육 방법도 미래 지향으로 재구성할 것입니다. 첨단 교육기술과 기법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캠퍼스와 강의실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강의를 넘어서 현대생활의 리듬에 맞게 온라인교육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OCW 강좌를 늘려 갈 것이며, MOOC와 K-MOOC을 활용하는 Flipped Learning, Blended Learning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 모든 강좌를 스마트폰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대구사이버대학교의 첨단 온라인 교육 기법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K-MOOC 지원 사업에 우리 대학이 선정된 것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대학에게 그 어떤 사업보다도 의미가 매우 큰 성과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대상자도 미래사회의 특징을 반영하여 새롭게 설정하게 될 것입니다. 21세기 지구촌시대, 평생학습시대에 맞춰 교육대상을 새롭게 발굴하는 것입니다. 외국인 학생과 성인 학습자가 그것입니다. 세계화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고, 지난 역사에서 쌓아온 평생교육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성인학습자에게로 고등교육을 확장해 갈 것입니다.
 

‘대학패러다임의 전면적 혁신’의 다른 하나는 ‘행정패러다임의 혁신’입니다. 핵심은 ‘소통 행정’과 ‘학생중심 행정’, 그리고 ‘위기극복 행정’입니다. 저는 위의 세 가지가 우리 대학의 문화가 되고 자랑스런 전통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대학본부와 교수⋅직원 사이에, 단과대학들 사이에, 학과들 사이에, 그리고 교수와 직원 사이에, 교수와 학생 사이에, 대학과 대학 밖의 사회 사이에 가로놓인 높은 장벽들을 혁파해 갈 것입니다.
20여년 넘는 임시이사 체제에서 고착된 일부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무임승차 관행도 바로잡아 갈 것입니다. 반복되는 해교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반대로 대학의 위기 극복에 기여한 학과와 행정팀, 개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제공되도록 할 것입니다. 공간비용채산제와 편제구조 혁신 등을 통해 재정위기에도 적극 대처해 갈 것입니다. 대학이 안정되는 것에 발맞춰 외부로부터의 발전기금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질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일과 학생들이 불편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대학행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요 원칙으로 설정해, 그에 반하는 갖가지 제도와 관행과 문화들을 하나하나 혁신해 갈 것입니다. 
저는 ‘대학패러다임의 전면적 혁신’, 즉 교육패러다임과 행정패러다임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래구조혁신본부’를 설치할 것입니다. 교학⋅경영 부총장으로 하여금 위 기구를 책임지도록 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총체적 구조혁신 과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교수님, 친애하는 직원선생님!
위 과제들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건강하고 안정된 법인’ 체제 없이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건강한 법인체제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미래를 위한 그 어떤 설계와 노력도 허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번영의 새 60년’을 향한 우리의 염원도 허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지난 역사에서 너무도 뼈저리게 경험해 왔습니다.
수년을 끌어온 법인정상화 과업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대학구성원들이 처절하게 치러왔던 눈물겨운 희생들이 헛되지 않도록, 빈틈없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대학과 새로 구성될 건강한 정이사 법인이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관계로 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설립자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부도덕하게 군림하거나, 대학 학사를 전횡하거나, 신성한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대학 역시도 학사자율권을 보장하는 건강한 법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도덕률과 지성의 최고 전당으로 법인의 대학설립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면서, 인재 양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건강한 정이사회가 잘 출범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번영의 새 60년’의 토대를 튼튼하게 닦는 일로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연초부터 가시화된 몇 가지 의미있는 변화들이 그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어서 크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법인정상화’를 잘 마무리해서 이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교수님과 친애하는 직원선생님!
우리 모두가 명실상부 ‘번영의 새 60년’을 향한 ‘힘찬 새 출발’의 대열에 함께 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학생과 함께 미래로, 지역과 함께 세계로’ 뻗는 대구대학교로 세워가는 대장정에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립니다.
다시 한번 ‘자랑스러운 개교 60년’을, ‘번영의 새 60년’을 향한 새 출발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 5. 3.
대구대학교 총장  홍 덕 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