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학부 등록금 동결

경향 "교육부, 뾰족한 대책 못 내놔" 

재정난에 일부 대학들이 연일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금 인상을 최종 결정한 대학은 경성대(5.9%), 계명대(4.9%), 조선대(4.9%), 영산대(5.15%), 경동대(3.758%) 등이다. 특히, 작년 1월 동아대는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전국 사립대 최초로 결정했는데, 이 대학은 당시 전년 대비 3.95% 인상에 이어 올해 2학기부터 5.5% 올리기로 결정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우선 올해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고, 대학원 등록금은 5% 인상을 결정했다. 

현재 대다수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기간이 약 16~18년 정도 되고,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대학의 등록금 인상 결정 또는 의사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 보수 언론, 일부 사립대 등록금

인상 두고 줄지어 우호 보도 

경성대 5.6%, 계명대 4.9%...재정난 지방대, 등록금 줄줄이 인상 그래프=김현국 (출처: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지난 1월 31일 <경성대 5.6%, 계명대 4.9%...재정난 지방대, 등록금 줄줄이 인상> 기사를 통해 "등록금을 올리려면 등심위에 있는 학생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처럼 학생 대표들도 등록금 인상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이례적이다"고 했다.

신문은 "재정이 악화한 지방 사립대들은 정부가 주는 장학금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등록금을 더는 묶어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장실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강사들 임금도 주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학 측의 입장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월 19일 사설 <질 높은 교육 위해 등록금 인상 필요하다는 학생들 목소리>를 통해 "지난달 말 열린 이 학교(서강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는 위원 9명 중 6명 찬성으로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동결에 반대한 위원은 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은 학생위원이었다"며 "수년째 동결된 등록금 탓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학생들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했다.

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교육 개혁과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등록금 규제를 풀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학생들도 "좋은 교수님께, 우수한 교육환경에서 수업받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대학 교육비 OECD 최하위권인데 또 등록금 동결하란 정부>을 통해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으로선 등록금 인상이 절실하지만 15년째 이어지는 정부의 동결 요청에 난감한 처지"라며 전국 대학 본부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세계일보도 사설 <교육의 질 떨어뜨리는 등록금 동결, 언제까지 고집할 텐가>를 통해 "비현실적인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 "등록금 인상보다 대학 자구 노력과

공적 재원 투입으로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청년실업해결,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1.5.29

반면, 대구지역 최대 발행부수 매체인 보수 성향의 매일신문은 작년 12월 사설 <고삐 풀린 대학 등록금, 내년 최대 5.64% 인상 가능>을 통해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규제를 위해 등록금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II 유형 사업을 도입했다"며 "2011년 대학생들이 벌인 '반값 등록금 투쟁'의 산물이다"고 했다.

신문은 "고물가 여파로 올해부터 법정 한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대학들이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등록금 인상을 자제했으나) 국고 지원을 받는 것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게 유리해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대학 재정난은 등록금 인상보다 대학의 자구 노력과 공적 재원 투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을 올해보다 1.59% 포인트 오른 5.64%로 정했는데, 이는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된 2011학년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한선이다. 이를 두고 신문이 '고삐 풀린 대학 등록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일부 대학들은 연일 등록금 인상을 실제로 추진하거나, 추진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출입 기자단이 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총장 1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024학년도(올해)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응답이 20.6%(21명), '내년(2025학년도) 이후 인상을 계획하는 중'이라는 응답은 40.2%(41명)에 달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6명은 올해나 내년 이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한도 고삐를 풀어 대학의 재정난 퇴로를 열어줬다는 지적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전국의 대학교가 제대로 된 타개책 없이 재정 부담을 학생∙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5.64%… '동결 기조' 무력화> 기사를 통해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면서 2009년 이후 유지돼왔던 '등록금 동결'기조가 내년부터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동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우리 대학 예산∙재정 관련 관계자는 본지에 "'등록금 고삐 풀려'는 과한 표현인 것 같다"며 "물가상승률에 비례해서 인상 한도가 결정되는데. 실제 몇 년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예산∙재정 관련 관계자는 대학의 자구책에 대한 지적에 대해 "우리 대학의 경우 이미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 중인 상황이고, 이미 과거 두 차례 등록금을 인하했다"면서 "오히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이 재정 운용(運用)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자구책의 일종 아니겠냐"고 어려움을 표했다.

관계자는 "등록금 이외에도 여러 국고 사업 유치를 통한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철 기획처장은 본지를 통해 "각 가정의 가계 부담 경감을 위해 등록금 동결 결정을 했다"면서 "계속하여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박순진 대학 총장은 "대학만을 생각하면 등록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나, 학생 부담이나 정부 정책 방향을 생각하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학부 등록금의)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